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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기록(정리중)>

당신은, 당신의 겨울을 준비하고 있는가

10월 2

 

 "당신은 토마토 나무의 작은 씨앗을 본 적이 있는가.

 그 작은 씨앗 안에는 (보이지 않지만) 커다란 토마토 나무의 모든 모습, 뿌리, 줄기, 잎, 열매 등이 담겨 있다.

 그 씨앗 스스로가 설사 자신 안에 그러한 위대한 잠재력이 있는지 모른다 할지라도, 이미 그것은 계획되어 있다.

 그리고 그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드러날 것이다. 아주 자연스럽게.

 

 우리란 인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 안에 어떤 씨앗이 태초에 심겨져 있는지는 살아봐야 알 수 있고, 믿는 만큼 열매 맺게 될 것이다."

 

 

 지난 5월, 예찬해 마지 않았던 한국 에미서리의 '삶의 예술 세미나' 중 배웠던 한 챕터가 기억이 난다. 인생의 마디마디는 사계절로 이루어져 있다는 이론이었다. 그 때 작은 토마토 나무 열매 씨앗의 잠재력에 대해 일깨워진 것, 그리고 동료들 앞에서 나 희소는 '(5월 당시) 곧 겨울이 다가올 것임을 알며, 그 겨울을 잘 준비하고 있는 중'이라고 나눔을 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당시 '겨울'이라 표현한 것은 곧 다가올 출산과 함께, 내 지난 인생과는 다를 앞으로의 인생을 맞이 하기 위한 잠시동안의 휴지기를 의미한 것이었다. 나는 내 인생이 큰 변화를 앞두고 있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고, 내가 아는 나는 그 시기들을 잘 대비해 두어야만 심리적으로 평화로울 수 있을 것이기에 대비해 가고 있었다.

  

 그 때, 재형님께서는 겨울에 대해 언급하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겨울을 잘 대비하는 것은, 추운 겨울 날 몸을 담글 따뜻한 욕조를 준비해 두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나는 눈을 감고 그 따뜻한 욕조를 충분히 상상하며, 그 욕조를 이루어 줄 나의 행동들을 계획했었다. 그 다음 피어날 봄을 꿈꾸며 말이다.

 

 

 

 

 그랬던 그 때가 엊그제 같은데, 나는 지금 그 겨울에 도착해 머물고 있다.

 정지되어 있으며, 지난 계절들을 성찰해 보고 있다.  

 

 

 모두가 잠든 새벽녘, 이제서야 나만의 시간이 열리었다. 거울 속 내 모습을 다독여 주고자, 조금 더 섬세하고 따스하게 샤워를 하며 몸을 아껴주고 나니, 한결 나 자신이 충만해짐을 느낀다. 이레의 탄생과 함께 찾아온 (예상했지만 예상한 것과는 또 다른) 나의 새로운 삶의 패턴들 속, 지난 1달 여 정도 푹 빠져 있었다. 이레가 태어나면 이 아이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수용해 보겠다고 연초에 다짐했었기에 충분히 있는 그대로 머물면서 함께 해 왔다. 그러던 오늘 아침 문득 달력을 보니 어느 새 10월이 다가와 있었다. 오후 즈음 바라본 창 밖 하늘은 높고 새파랗게 빛나고  있었다. 가을이 온 것이다. 나는 내 자신에게 말했다. 이제는 조금씩 내 중심을 돌아보기 시작하자라고.

 

 낮과 밤을 구분할 수 없는 취침 간격에 적응,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생명에게 온 신경을 집중하는 것, 세상에 나가지 않음으로 인한 바깥 공기와의 단절, 가끔 환기 시간을 통해 맞이하는 가을 내음새, 매일 아침 써 내려갔던 모닝페이지와의 일시적 단절, 변화된 몸과의 친해지고자 투자하는 시간들, 한정된 공간에서 만나는 사람과의 감정 조절, 내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일하고 싶은 욕구에 대해 어루만지기. 불규칙한 식사시간 ..

 

 

 충분히 준비해 왔던 그 겨울이기에, 그만큼 예측하고 상상해 왔던 장면들이기에

 낯설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끔씩 생각치 못한 내 감정들이 밀려오는 것을 바라보며, 이 겨울이 내게 주고자 하는 메시지에 귀 기울이고자 노력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주님을 잊는 그리스도인임을 반성하며, 앞으로 '코치'로서 세상에 무엇을 기여하고자 하는지 나 자신의 업을 돌아보며, 하루하루 눈 뜨고 살아있을 수 있음 그 자체에 감사하는 가장 가치있는 그 마음을 잊지 않고자 노력하고 있다.

 

 

 나는 이 겨울을 준비해 왔다.

 여러 방면에서 이 겨울에 내가 얼어 붙어, 봄이 온다는 자연스런 사실을 잊지 않을 수 있도록 대비해 왔다. 삶 속에 따스한 욕조를 구비하고 따뜻한 물을 담아 놓고 이 겨울을 기다려 왔다.

 

 이 겨울은 나에게 봄을 위한 휴식이며

 이 겨울은 내 삶에게 주어진 선물이다.

 이 겨울은 가족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다시 안 올 소중한 수업이며

 이 겨울은 나 자신의 삶을 마음껏 꿈꾸어 볼 수 있는 흰 도화지이다.

 

 

 나는 이 겨울을 준비해 왔고,

 이 겨울은 충분히 느낀 후, 봄을 맞이하려 한다.

 

 그렇게 이 삶의 계절은 순환할 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