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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기록(정리중)>

[전시참여] 전시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은 듣고 싶은 누군가의 이야기' (7/4-7/9)

 

작가로서 전시회에 참가합니다.

 

 

전시기간: 7/4-7/9

장소: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1길 68 카페 '그렇게 카페가 된다'에서

 

아티스트 희소 드림

 


 

<본 전시회 도록에 실린 글>

 

그대부터 채워야 누굴 줄 수 있지 않을까요.

 

 

평생을 타인을 보살피며 살아온 한 사람이 여기 있다. 그녀 곁에 있는 사람들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그녀는 이야기를 들어 주었고, 그녀는 밥을 지어 주었고, 때론 잘 자리까지도 제공해 주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는 오늘도 그녀 안에 있는 사랑을 한 바가지 퍼서 누군가를 채워주고 있다. 그녀는 언제나 누군가를 생각하고 걱정하고 보살피는 사람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날도 그녀는 사랑을 한 바가지 퍼서 누군가를 주려고 마음의 문을 열었고, 그녀 자신의 마음 곳간이 텅텅 빈 것을 알아챘다. 그녀는 내심 놀랐지만 놀라지 않은 척 하며 마음 곳간 저 깊이까지 바가지를 긁어내어 겨우 사랑 한 바가지 만들어 또 곁에 있는 누군가에게 주었다. 그리고 또 다음 날이 되어서도, 그 다음 날이 되어서도 그녀는 마음 곳간을 있는 대로 다 긁어서 사랑 한 톨까지 누군가에게 주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그녀는 돌연 쓰러졌다. 쓰러진 그녀가 내 앞에 왔다. 겨우 물로 목을 축여 정신을 든 그녀가 내게 입을 연다. 그녀가 살아온 날들을 듣는다. 한참 이야기를 들은 나는 그녀의 마음 곳간을 살펴본다. 살펴본 나는 놀란다. 사랑이 넘쳐서 누군가에게 사랑을 퍼 주던 그녀의 마음 곳간은 어느 덧 메마른 지 오래며, 메마른 곳간을 더 긁어댄 터에 곳간 바닥에 상처가 가득하다. 피 딱지가 앉아 있다. 그런 텅 빈 그녀가 내 앞에서 다시 자신의 마음 곳간 문을 열어 피 딱지가 긁어 나가는지 모르고 다시 마음 곳간 바닥을 긁어 사랑을 모아 나에게 주려 한다.

 

그녀의 손을 붙잡고 나는 운다. 나에게는 사랑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그대의 마음 곳간에 이 상처가 가득한 데 누구에게 사랑을 주냐고, 내 안의 사랑 먼저 받으시라고, 내 안의 사랑으로 그대의 곳간 바닥의 상처들을 치유하자고 난 울면서 말한다. 눈물의 호소를 들은 그녀는 울컥 눈물을 흘린다. 그녀는 그녀의 곳간을 채울 생각은 해 본 적 없이 늘 누군가에게 주어야 할 것 같았다고 한다. 그녀가 줘야 그런 그녀를 사랑해 줄 것 같았다고 한다. 퍼 주지 않는 그녀는 무슨 의미의 삶이었겠냐고 말한다. 그녀 자신도 곳간이 텅 비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계속 퍼 주는 것이 습관이 되어 버려 나도 모르게 피가 나도록 쓰러지도록 사랑을 퍼 주었다고 말한다. 우리는 그렇게 텅 빈 마음의 곳간을 어루만지며 펑펑 울었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퍼 주는 것은 아름답다. 그러한 모습이 이 세상을 더 아름답게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대의 사랑이 비어있는데도 퍼 주는 것은 아픔이다. 그대 안의 사랑이 차 있어야 누군가에게 사랑을 줄 수 있다.

 

텅 빈 상태로 사랑을 긁고 있는 그대여,

부디 그 손을 멈추고 그대 안의 텅 빈 곳간 벽을 따뜻한 손으로 쓰다듬어 주세요.

그리고 그 곳간에 그대를 향한 사랑을 먼저 채워보아요.

그 다음에 다른 사람을 챙겨도 괜찮아요. 오늘은 그대에게 사랑을 줄 수 있길 바래봅니다.

 

아티스트 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