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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기록(정리중)>

20111009-20111015

10월 14일

당신의 Real Clothes는 무엇입니까.



 살아 오면서 다양한 꿈을 꾸고, 도전하고, 경험했던 것 같은데, 정말 이 길로는 올 거라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 일을 하고 있을 때에 ‘쓰여 있다’라는 표현이 떠오릅니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에서는 ‘마크툽’이라는 단어로도 쓰인 적이 있지요. 


 내 인생에 쓰여 있는 일은 무엇일까 고민한 적도 있었고, 분명 이걸거야 라는 확신으로 덤벼들었던 일도 있었던 것 같은데, 막상 그러한 일은 예상치도 못한 방면에서 갑자기 나타나 이 모든 경험이 실은 니가 이 일을 하기 위해서 쌓여 온 것이었어라고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개구장이처럼 말입니다. 




 저는 ‘코칭’을 사랑하고 공부하며 실제로 ‘코칭’으로 주 업으로 삼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그 일을 하며 살아가는 동안 ‘이 일이 내 일일까’ 혹은 ‘이 일이 너무 좋아’하는 여러 UP & DOWN을 겪기 마련입니다.


 그런 저에게 오늘 오후에 겪었던 만남은 충분한 UP이며, 이 것이 나의 강점임을 확신하는 일이었기에 내 스스로가 한 번 더 인식할 수 있도록 이 글을 남겨 봅니다.


 오늘 오후, 아는 어머님께서 연락 오셔서 지인의 딸과 지인을 만나봐 줄 수 있느냐 요청하셨습니다. 보통 상담에서 1회의 코칭피를 받지만 워낙 저와 인연이 깊은 분의 부탁이시기에 당연히 오케이 했었습니다.

 다른 때와 다름 없이 합정역 근처에서 만남은 이루어졌고, 그 만남은 예상 되었던 1시간을 훌쩍 넘어 2시간 동안 이루어졌습니다.


 어머님과 큰 딸, 작은 딸. 그들을 만나자 마자 모든 내 안의 신경이 섬세하게 서서 그들의 삶의 고민, 그들 각자의 성향을 읽어 내었고 그들과의 대화 속에 조심스레 저는 제 의견을 말씀드렸습니다. 

 시작은 작은 딸이었는데, 작은 딸은 말이 별로 없어 코치로써 ‘직관’을 섬세히 발휘해야 했었습니다. 그렇게 대화가 흐르다가 작은 딸과 저와 눈이 마주쳤고, 몇 초 동안 멈칫 거리던 그 소녀의 눈에서 눈물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도 만져 주지 않았던 쌓인 자신의 아픔이 녹아 눈에서 흘렀습니다. 후에 왜 울었니라고 물으니, 그 동안 쌓여 온 것이 터진 것 같다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다음은 큰 딸이었습니다. 큰 딸은 외관상으로도 한 번에 그녀의 평소 생활과 고민을 에너지 그대로 코치인 제가 받을 수 있었습니다. 작은 딸에게 했던 것과 달리 직선적으로 제 의견을 던지자, 처음에 아이가 놀라는 듯 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도 저도 함께 마음에 울림을 받았습니다. 겉으로는 누구보다 강한 아이였지만, 그 속은 여리디 여려 다른 이들이 알아 채주지 못한 체 스스로 감싸고 오래 살아 왔던 것이었습니다. 큰 딸이 눈물을 보이자, 어머님도 눈물이 보이셨습니다.


 손을 서로 붙잡고, 서로에게 진심을 전하며 울음에서 웃음으로, 찡그림에서 활짝 펴진 미소가 될 때(사실 처음 코칭을 제대로 만난 분들의 일반적인 반응일 수 있지만), 오늘은 이상하리 만큼 제 마음도 진심으로 눈물이 나고 있었습니다. 


 이거구나.’


 내게 가진 달란트가 이거구나, 내가 살아가면서 키우고 키워야 할 내 역량이 이거구나라는 깨달음. 나의 Real Clothes를 찾은 느낌. 

 살아가면서 자신이 하는 일은, 실은 자신이 외면한 혹은 가장 아픔이 있었던 일과 연관되어 꽃을 피우게 된다 합니다. 어릴 때, 제가 가장 힘든 것이 ‘제 성격’이었고, 어머니와 저의 관계가 가장 난제였기에 아마 오랫동안 그 난제를 풀려 노력했던 것이 지금의 내 ‘직업’을 피우게 해 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광고홍보를 전공했다는 것이나 혹은 어떠한 커리어들을 가졌기에 이러한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논리보다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 일이 나를 나 답게 만들어 주고,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고, 살아 있는 동안 한 번쯤 도전해 보고 싶은 일이면 그것을 하자는 논리가 제게 와 닿는 밤입니다. 



 제가 해피포럼(코치들의 봉사 코칭 모임)에 간 것.

 제가 코칭센터팀에서 인턴을 한 것.

 제가 Sharon을 만난 것.

 제가 KPC를 취득한 것.

 그리고 ‘코칭’을 하면서 만난 모든 소중한 인연..


 이 모두가 쓰여 있었던 것이라면, 다음에 쓰여있는 것이 뭘까 궁금하지만 실은 그저 제 마음이 가는 대로 도전하고 또 도전하고 경험하면 그 쓰여진 길 위에 제가 걷고 있지 않을까, 그 길이 가장 행복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세상과 잘 소통하지 못했고, 제 멋대로였던 제 내면의 자아가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의 내면을 읽어 주고 행복하게 해 주는 일을 하는 것으로 더 성장하고 제가 더 행복해 지는 과정일지 모릅니다. 


 저와 코칭으로 만난 모든 인연인 분들께 늘 말씀드렸고 또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실은 이렇게 만나 당신이 행복히 성장해 주어 제가 더 행복하고 감사 드리고 감사 드립니다.
 





10월 10일


 아침에 눈 떠서 명상을 한 10분, 요가를 한 40분. 

 이제는 몸도 깨어나고 내 의식도 깨어난 것 같아서, 하루를 시작할 무렵. 내 방을 둘러 보았습니다.

 수많은 잡동사니들과 과거를 추억할 거리들이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음을 깨닫고 결심했습니다.

 

  '그래. 당장 배낭을 매고, 떠나도 될 만큼으로 줄이자. '

 

  내일 서교동 저희 집 앞에서 제가 가진 물품을 다 내 놓으려 합니다. 

  꽤 쓸모 있는 것들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그것이 없어도 제 삶은 살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아니, 더 저 다운 삶으로 거듭날 거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