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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기록(정리중)>

[예술과 코칭] 시집-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1998)_"당신이 좋아하는 시 한 편 나눠주시겠어요?"

이 달의 문화콘텐츠: 류시화(1998),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당신이 좋아하는 시 한 편 나눠주시겠어요?”

 

 

 

때는 바야흐로 2006년이었습니다. 혼자 독일로 떠나는 여행을 앞두고 짐을 꾸릴 때였습니다. 먼저 필요한 필수품들을 다 챙기고 난 후, 움직이는 차편에서나 무언가 기다려야할 때 읽을 책거리를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해외여행 가방에 넣을 책에는 두 가지를 고려하게 되더군요. 하나는 이 여행을 잠식해버릴 만한 스토리는 아니었으면 좋겠다.’였어요. SF소설 같은 것은 읽는 순간에는 그 소설의 세상에 살게 되니, 실제 눈 앞에 있는, 내가 바라봐야 할 낯설고 귀한 세상을 보지 못할까가 염려되더군요. 또 다른 하나는 가벼웠으면 좋겠다.’였어요. 안 그래도 무거운 배낭인데, 들고 다니는 책이 짐이 아니라 여행의 깊이를 깊게 해 줄 조미료 같은 역할을 해 줬으면 했지요. 그 때 선택하게 된 책이 바로 시집이었습니다. 제가 고려한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하는 책이었지요. 짧았고, 얇았고, 가벼웠어요.

 

 

[2006년 독일 기차에서]

 

 

그렇게 저는 이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을 만났어요. 그리고 시가 주는 강력한 힘에 대해 느낄 수 있었어요. 기차를 기다릴 때, 에스프레소를 마실 때 멍하게 있다가 눈을 감고 아무 페이지나 딱 펼쳐서 그 시를 가슴에 담는 거에요. 그 시가 내게 말을 걸어오는 것을 그대로 느끼고, 그 느낌이 지금 나에게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살폈지요. 한 구절 구절 짧지만 깊이를 담고 있었고, 무난한 생활용어이지만 너무나 강력하게 가슴을 때렸지요. 단순할수록 깊은 진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제 여행은 라는 아주 멋진 조미료로 일품요리로 거듭났습니다. 지나가는 풍경 하나하나를 가슴에 더 품을 수 있었어요. 제 삶에 대해서 돌아볼 수 있었어요. 짧지만 강력하게, 이번에 펼쳤을 땐 어떤 내용일까 설레여 하며. 그 잠언시를 썼을 수백년, 수십년 전의 시인과 마주앉아 삶에 대해 논하는 멋진 시간들이었습니다. 그 때부터였을 거에요. 시를 사랑하게 된 것. 저는 그래서 가끔 제가 사랑하는 이들을 생각할 때 시 한 편을 보내곤 해요. 그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내 수많은 말들을 한 페이지에 간결하게 적힌 단어들에 곱게 담아 전달해요. 이번 3월은 그런 제 마음을 우리 프로젝트 2017 멤버들과도 나누고자 이 시집을 선택했습니다. 어때요. 여러분은 이 많은 시들 중 어떤 시에 마음이 머물렀습니까? 어떤 시가 여러분에게 가장 말을 많이 걸어오던가요. 우리 그 시를 이번 달에 만나 나눠요. 저는 그 많은 시 중 제 마음에 남았던 시를 나누며 이 글을 마칩니다.

 

 

 

 

 

 

한 번에 한 사람

 

난 결코 대중을 구원하려고 하지 않는다.

난 다만 한 개인을 바라볼 뿐이다.

난 한 번에 단지 한 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다.

한 번에 단지 한 사람만을 껴안을 수 있다.

단지 한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씩만.......

따라서 당신도 시작하고

나도 시작하는 것이다.

난 한 사람을 붙잡는다.

만일 내가 그 사람을 붙잡지 않았다면

42천 명을 붙잡지 못했을 것이다.

모든 노력은 단지 바다에 붓는 한 방울 물과 같다.

하지만 만일 내가 그 한 방울의 물을 붓지 않았다면

바다는 그 한 방울만큼 줄어들 것이다.

당신에게도 마찬가지다.

당신의 가족에게도,

당신이 다니는 교회에서도 마찬가지다.

단지 시작하는 것이다.

한 번에 한 사람씩.

 

마더 테레사

 

 

 

추신: 이번 오프라인 만남 때, 본 시집의 시들 중에서 자신의 마음에 가장 와 닿았던 시 한편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본 시집의 시가 아니어도, 마음에 드는 시가 있으시다면 가지고 오셔요.) 함께 시를 낭송하고 마음에 와 닿는 느낌을 주고 받아 봐요. 오늘도 사랑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