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달의 문화콘텐츠: 영화 『행복한 사전(2014)』
“당신의 단어(가치)는 무엇입니까?”
영화 ‘행복한 사전(2014)’은 한 남자가 ‘대도해’라는 사전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남자 주인공인 ‘마지메(마츠다 류헤이)’는 자기 자신을 잘 표현 못하고, 타인의 마음도 알아채기 어려워하지만 자신이 관심 있는 것에 있어서는 ‘오타쿠’ 같이 느껴질 정도로 집중하고 해내는 면모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의 상의인 셔츠가 늘 목 위까지 가득 잠겨 있는 것을 보면 그의 성격을 잘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게 된 ‘카구야(미야자키 아오이)’에게 첫눈에 반해버린 후 그녀에게 고백을 글로 적어서 수줍게 건네는 모습, 사랑을 고백하고 다가가는 모습은 허점투성이면서도 귀여운 그의 매력이 돋보입니다. 본 영화는 이 ‘마지메’를 중심으로 ‘사전편집부’ 식구들이 한 사전을 몇 년에 걸쳐 만들어 가는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사전’이란 것이 어떻게 만들어 지는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진다는 것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 돕습니다. 편집부 식구들이 틈틈이 요즘 ‘단어’들을 ‘수집’하고, 그 단어들을 이해하기 쉽게 ‘뜻풀이’합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잘 정렬하여 한 권의 사전을 만들어 가지요. 이와 같이 사전은 하나하나의 ‘단어’들이 수집되어 만나서 만들어 지는 것입니다. ‘단어’들이 채워진다는 모습도 연상되네요.
[영화 속에서 편집부 식구들은 대중들이 말하는 것을 녹음해 와서 들으며 그 중 새로운 단어를 적기도 하고,
햄버거 가게에 가서 젊은이들이 이야기하는 신조어들을 수집하는 모습을 보인다]
저는 이러한 사전이 만들어 지는 과정이 마치 우리네 ‘삶’과 유사하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에 따라 우리의 삶도 돌아보면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지요. 우리의 삶이 응애하고 태어났을 때는 빈 사전이었다가 하나하나 경험을 해 가며, 자기 자신의 삶이란 사전에 자신에게 중요한 단어들을 수집하여 넣고, 자신만의 고유한 의미해석을 달아가는 것이 인생 아닐까란 상상을 해 본 것이지요. 이 삶이란 사전 속 ‘단어’들은 우리의 ‘삶’ 속에서 만나고 수집되는 것이고요. 한 예로 주인공 마지메가 ‘사랑’이란 단어를 자신에게 가져와 해석하는 장면은 인상 깊습니다. 그냥 사랑이란 단어였을 뿐이었는데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서 그 사랑이란 단어가 자신만의 언어로 설명되는 그런 것 말입니다. 그렇게 쌓인 단어들은 모여서 그 사람의 ‘삶’이란 ‘사전’을 만들게 되는 것이겠지요.
사랑:
어떤 사람을 좋아하게 되어
자나 깨나 그 사람 생각이 떠나지 않고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게 되며
몸부림치고 싶어지는 마음의 상태.
이루어지게 되면
하늘에라도 오를 듯한 기분이 된다
[그가 남긴 단어는 ‘감사’였다
함께 대도해를 만들어 준 이들에 대한 감사를 남기었다]
[활동] 우리들의 삶이 한 편의 ‘사전’이라면, 이 사전에는 어떤 단어들이 들어가게 될까요.
그리고 그 단어들의 뜻은 무엇일까요. [나의 단어 찾기(가치)]
0. 준비: 지금 나의 삶, 마음을 표현하는 단어는 무엇인가요?
활동1 (나의 단어 수집 카드): 여러분의 삶이 하나의 사전으로 비유한다면, 그 속에 담길 여러분의 단어들은 무엇인가요? (3개에서 10개까지 고민하기)
활동2 (단어 해석하기) 그 중 나에게 정말 중요한 단어를 3개 골라봅니다. 그 단어들의 정의(여러분만의 뜻풀이)를 내린다면 무엇일까요? 이것을 생각해 본다는 것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활동3: 여러분이 삶을 마감하고 난 후, 여러분의 삶은 어떤 단어로 표현될 수 있을까요?
이런 단어들을 수집해 가는 과정, 이런 삶이란 사전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어쩌면 정말 치열하게 살아봐야만, 몰입해 봐야만 자신의 단어를 만나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영화에서 ‘대도해’가 5번째 교정을 보고 있을 때 무언가에 몰입하는 사람들의 뜨거운 에너지, 수염이 길러질 정도로 몰입한 사람들. 마지막 ‘이상 없습니다’란 말에 ‘수고했어’란 말이 이어지고 박수를 칠 수 있는 그들을 보며, 어쩌면 우리네 삶도 저토록 최선을 다 해 보아야만 자신만의 단어는 이것이라 내밀 수 있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 우리에게 중요한 단어들을 채워가는 삶에 집요할 정도로 몰두해 본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될까요.
영화가 흐르는 중간마다 배경 음악(BGM)으로 깔리던 잔잔한 파도소리는 마치 사전 ‘대도해’를 만드는 사람들이 자신만의 ‘대도해’를 건너고 있는 여정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대도해라는 말에 우리의 삶이 참 담겨 있네요.
+ 관련 콘텐츠
미우라 시온(2013), 배를 엮다, 권남희 역, 서울: 은행나무
채인선(2015), 아름다운 가치 사전 1-2, 서울: 한울림어린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