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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기록(정리중)>

당신의 영혼이 어두운 밤을 걸어갈 때

당신의 영혼이 어두운 밤을 걸어갈 때

 

요나란 사람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신은 요나에게 A로 가라고 말했습니다. 신이 생각하기에 A로 가는 것이 요나에게 좋았기 때문이었겠지요. 그러나 인간인 요나의 눈에는 신이 제시한 A가 영 못 마땅했습니다. 그래서 요나는 꾀를 내었습니다. A로 가는 척 하다 신의 눈을 몰래 피해 (피한 줄 착각하며) B로 가는 배를 탔습니다. B에 탑승한 요나는 기뻤습니다. 가슴 한 켠으로는 신이 우스웠습니다. 자신이 원했던 B로 가게 되었음이 마냥 좋았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신을 비웃던 요나가 잠시 배에서 졸게 되었습니다. 얼만큼 졸았을까요. 너무나도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떠보니 태어나 본 적 없는 태풍이 몰아치고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요나가 탄 B행 배는 마치 뒤집어질 것만 같았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선원들이 소리쳤습니다. ‘이 배에 타면 안 될 사람이 탔군! 누구야?!’ 결국 선원들은 몰래 배에 탄 요나를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선원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요나를 폭우가 쏟아지는 거친 파도 속에 내던졌습니다. 배에서 버려진 요나는 세상이 다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배 한 척 만한 고래가 어디선가 나타나 요나를 집어삼켰습니다. 요나는 고래의 목덜미는 지나며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내 인생이 드디어 망했군. 신이 말한 A로 갈 걸 그랬나.’ 후회도 했습니다. 요나는 그렇게 고래 안에 갇혔습니다. 요나는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가끔씩 들리는 고래의 창자가 꿈틀대는 소리, 파도가 고래 배를 치는 소리, 고래가 침을 삼키는 소리들만 정적을 깰 뿐이었습니다. 하루, 이틀... 요나는 그렇게 이번 생을 포기해 가고 있었습니다. ‘내 인생은 끝났어. 이렇게 잡혀 먹히는 게 내 인생의 최후라니요나는 절로 눈물이 나왔습니다.

 

그 때, 고래가 크게 포효했습니다. 요나는 귀가 떨어져 나가는 것 같았지요. 고래 배 안에 있던 모든 것들이 출렁였습니다. 그러더니 요나의 뒤에서 고래 배 안에 있던 모든 것들이 큰 썰물의 힘으로 밀려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요나는 무엇 하나 잡을 겨를 없이 그렇게 그 썰물에 몸이 맡겨져 실려 나왔습니다. ‘철퍽요나에게 뜨거운 모래가 느껴졌습니다. 고래가 요나를 외딴 섬 모래장에 개워 낸 것입니다. 요나는 눈부신 바깥세상과 맑은 공기를 힘껏 만끽하며 소리쳤습니다. 야호! 살았다!’ 요나는 절로 춤이 나왔습니다. 끝난 줄 알았던 삶이 다시 주어질 줄은!

 

그렇게 한참을 춤을 추던 요나는 서서히 주위를 둘러보다 심장이 덜컥 떨어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자신이 도착한 곳은 바로 신이 말한 A였기 때문입니다. 다시 눈을 돌려 이미 바다로 돌아간 저 멀리 고래를 바라보며 요나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요나를 삼켰던 고래는 요나를 잡아먹으려는 위협이 아닌 요나가 가야 할 길을 한밤중 폭우 속에 무사히 살아서 갈 수 있게 도운 안전한 은인이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요나가 고래 안에서 겪었던 칠흑 같았던 어두움이 우리네 삶에도 있습니다. 모든 삶이 무너진 듯한 깜깜한 밤같은 나날들이 있지요. 그러나 기억하십시오. 어쩌면 지금 당신의 영혼은 칠흑 같은 어둠과 절망 속이 아닌 당신 삶이 나아가야 할 길 너머를 향해 바다를 가르며 당신을 안전히 옮겨 주고 있는 은인같은 고래 뱃속 안에 있는 것일지도 모름을. 이 내 영혼이 갇힌 듯한 이 짙은 어두움이 어쩌면 내가 살아갈 길을 잘 데려다 주고 있는 멋진 친구라는 것을 말입니다. 오늘의 당신의 영혼의 어두운 밤은 진정한 당신을 만나러 가고 있는 긴 과정의 일부임을.

 

 

[이미지출처: https://wol.jw.org/ko/wol/d/r8/lp-ko/11020160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