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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기록(정리중)>

20111106-20111112


11월 11일: 사랑하는 당신의 생일날.

"당신을 공중부양하는 사진을 찍는 줄 알았겠지만, 그래요. 미안해요. 동영상이였어요. "


 사랑하는 당신께


 자고 있겠지요? 잠을 잘 이겨내지 못하는 당신과 달리 저는 이렇게 12시가 지나도 눈을 뜨고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 모두 빼빼로를 구입하는 이 날은 저로 하여금 절대로 당신의 생일을 잊지 않을 수 있게 도와주지요. 오늘 집에 돌아오던 길, 너도 나도 손에 빼빼로를 쥐고는, 지하철에서 꾸벅꾸벅 졸며 퇴근하는 사람들을 보며, ‘아 저게 한낱 회사의 상술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예쁘다.’란 생각을 해 봤습니다. 다들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에 사랑하는 이가 있음이 얼마나 아름답고 또 아름다운지. 


 오늘 행복하셨는지요. 제 이름을 크게 외치며, 어린 아이처럼 신나서 들떠 있는 당신 목소리를 휴대폰 넘어로 듣기만 했는데도 그 표정이 참 아른 거렸답니다. 사실 고백하자면, 제가 더 행복했습니다. 당신의 생일 선물을 하나하나 고르며, 웃을 당신 생각에 제가 더 행복했습니다. 그러니 그저 즐겁게 입고, 쓰고, 신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세상 참 놀랍지요. 그리고 참 아프기도 하지요. 사랑 가득 담긴 마음을 가슴 속에 품어 두고, 참 퍽퍽하게 살아가는 이들이 얼마나 많던지요. 실은 우리 모두 외롭고, 정도 많은 사람인데 말이에요. 그런 이 세상살이에 당신이 있어서 제가 참 힘이 되는 거 아시는지요. 


 생각해보면, 제 삶 속에 가장 필요했던 것은 아마도 ‘그저 묵묵히 내 삶을 응원해 주는 존재’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 사람 1명이라도 있다는 것이 얼마나 제 삶에 큰 버팀목이 되는 줄 아신다면, 그대 부디 그대의 삶 소중함을 알아 주시고, 그대가 제게 베풀어 주시는 만큼 나 역시 당신의 삶을 존재 그대로 늘 응원하고 있음을 알아 주세요. 그거면 됩니다. 삶이 뭐 있겠습니까. 제 삶의 소명은 늘 이야기 하지만, 당신이 살아 있는 동안에 저로 인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지는 것 뿐입니다. 


 참 태어나 줘서 고맙습니다. 그것도 제가 태어나기 3년 전 이 날에. 

 그대는 제 삶에 놀라움이요, 감사함 그 자체입니다. 


 늘 그대에게 바치는 시, 남기며 글을 마칩니다.





 내가 원하는 것


 내가 원하는 것은 함께 잠을 잘 사람

 내 발을 따뜻하게 해주고

 내가 아직 살아 있음을 알게 해줄 사람

내가 읽어 주는 시와 짧은 글들을 들어 줄 사람

내 숨결을 냄새 맡고, 내게 얘기해 줄 사람


내가 원하는 것은 함께 잠을 잘 사람

나를 두 팔로 껴안고 이불을 잡아당겨 줄 사람

등을 문질러 주고 얼굴에 입맞춰 줄 사람

잘 자라는 인사와 잘 잤느냐는 인사를 나눌 사람

아침에 내 꿈에 대해 말해 줄 사람

내 이마를 만지고 내 다리를 휘감아 줄 사람

편안한 잠 끝에 나를 깨워 줄 사람


내가 원하는 것은 오직

사람


자디아 에쿤다요(32세, 수혈 중 에이즈 감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