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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기록(정리중)>

'내가 소유한 모든 물건들과 1:1로 마주할 수 있는 기회'에 대하여

이사는 우리에게 많은 '기회'를 준다. 나는 그 여러 기회 중에서도 '내가 소유한 모든 물건들과 1:1로 한번씩 마주할 수 있는 기회'에 대해 요즘 생각하고 있다.

 

이사한 지 1주일 째, 지금 우리집은 흡사 '전쟁터' 혹은 구제가 가득한 '광장시장' 같다. 여러 물건들이 마구 쌓여있다. 아주 잘잘한 소품들부터 큰 덩치의 이불솜, 가구들까지 마구 제멋대로 각자의 위치에 있다. 나는 일하다가도 틈틈히 시간 날 때마다 손에 잡히는 대로 그들과 마주하고 있다. 마주할 때마다 사실 놀란다. 그래도 제법 내가 소유한 물건들을 인지하고 살아가고 있는 편이라 생각했는데도, 이렇게 다 펼쳐 놓으니 새로운 것들이 종종 등장한다. 어젠 한 이사용 박스를 열었다가 새 것에 가까운 '검정색 가죽백'을 만났다. 그 언젠가 샀을 가죽백. 사 놓고도 잘 쓰지 않아지길래 곱게 전용 보관 파우치에 넣어두고선 드레스룸장 깊은 곳에 수개월의 시간 동안 묵혀져 있다가 어제 나와 만났다. 그 뿐이겠는가. 서류바인더 틈 사이 끼어있던 교육수료증들과 샤프로 빼곡히 적어둔 나의 메모들이 나에게 '안녕, 그대 잘 있었는가'하며 고개를 쏙 내밀 때마다 웃음이 나온다. 

 

나는 가급적 간소하게 (심플하게) 살고 싶다. 요즘 이 문장을 #자기대화일지 에 자주 적는다. 한 10년 된 것 같다. 이런 마음을 가진 지 말이다. 그 정점은 책 '심플하게 산다' 1, 2권을 정독할 때 즘이었다. 모든 물건에는 에너지가 있고, 진정한 쉼은 그 물건 에너지가 적은 공간에서만이 온전히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았을 때 다짐했다. 그리고 삶의 유한성에 대해 생각하게 될 때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너무나도 자주 물건을 소유하는 것을 위해 그 유한한 생명력을 (미처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에) 소진한다. 물건을 소유할 돈을 벌기 위해, 그 소유한 물건을 정리하는 데, 그 소유한 물건을 처리하는 데 에너지를 쓴다. 그 중에 제일은, 소유하기 위해 돈 버는 데 쓰는 생명력이다. 그렇다. 내가 가진 이 유한한 생명력, 그 양을 내가 원하는 데 의미 있게 쓰고 싶다. 류시화 씨가 모은 잠언집 어느 한 구절에서도 이렇게 적혀 있었더랬다. '소유'가 아닌 '경험'을 쌓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이다. '경험주의자의 삶'에 가슴 깊이 동의한다. 집 안에 좋은 걸 많이 두는 것보다 나의 삶, 시간 속에 풍성한 경험들을 더 쌓고 싶다. 

 

그래서 나는 그 켜켜이 쌓여있는 내 물건들 앞에서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그래, 나는 어떤 공간에서 살아가고 싶은가? 나는 무엇을 소유하고 싶은가? 그 소유하고자 하는 것들을 일렬로 세워 그 중에서도 반드시 내 삶에 꼭 필요한 것들만 내 공간에 남긴다면 그것은 무엇일까?'하고 말이다. 그렇게 물건들을 하나씩 마주할 때마다 그 질문을 2-3번씩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리고 그 2-3번의 질문을 했는데도, '내게 필요해', 이건 '나에게 소유한다는 것이 중요한 일이야'라고 내면의 답이 올라오는 물건들만 남긴다. 그러나 그 질문 과정 속에서도 '얘는 꼭 없어도 살아가지지' 란 생각이 든 물건들은 상태가 좋은 것은 필요한 사람들에게 선물을, 그 누구에게도 필요가 없을 것 같다면 쓰레기 처리 과정을 공식적으로 밟게 한다. 

 

정말 나에게 필요한 것들만 내가 원하는 그 자리에 놓아둔 공간을 꿈꾼다. 정말 내게 필요한 것들은 몇 되지 않으므로, 그것들만 채워짐으로 인해 생길 공간의 여백을 꿈꾼다. 그리고 그 여백이 있는 공간에서 창작을 하고, 사랑하는 이들과 따스한 시간을 만들어 갈 날 꿈꾼다. 이렇게 문장으로 적고 나니 가슴에 무엇이 뭉글뭉글 피어오른다. 급하지 않게, 서두르지 않고 서서히 나의 속도로 나의 공간을 만들어 가고 싶다. '우리집'에 '우리다움'이 가득차도록 말이다. 오늘도 딱 한 박스만 만나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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