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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기록(정리중)>

꽃을 지척에 두고 향을 맡는 것의 기쁨 _ [2. Embodies a Coaching Mindset]

2. Embodies a Coaching Mindset
2-3. Develops an ongoing reflective practice to enhance one’s coaching
_ Undated ICF Core Competency Model (Oct. 2019)
“코치는 (코칭을 더 잘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자신을 성찰하는 훈련을 해야한다.”

이사온 지 어느새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시간이 흐른 만큼, 질서없이 흩어져 있던 짐들도 자신의 새로운 자리, 그 질서를 찾아가고 있다. 짐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새로운 집에 조금 익숙해진 나도 나의 삶의 ‘질서(routine)’를 찾아가고 있다. 이전 집에서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침에 일어나 스트레칭, 가족과 즐거운 아침 여는 시간, 홀로 있는 시간엔 성경묵상(올해 나의 중요 action plan 중 성경1독이 있다), 영어공부(speaking), 자기대화일지 쓰기 등 하나씩 내 삶에 다시 자리잡게 하고 있다.

나에게 ‘집’이란 공간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나는 집에서 일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이번 집은 긴 직사각형 모양의 공동주택인데, 현관문에서 제일 안쪽 끝 방을 ‘작업실’이라 이름 붙이고, 그 공간에서 일하고 있다. 나는 이 공간에서 영상코칭(virtual coaching)하고, 그룹 스터디를 하며, 글쓰기, 그림 그리기 등 창작을 한다. 나에게는 무에서 유를 만드는 공간인 것이다. 그렇게 작업실 문을 열고 나오면, 나머지 공간이 나에게 소위 ‘집’이다. 나는 엄밀히 공간의 기능을 구분하고 있다. 작업실에서는 영감을 받고 창작할 수 있도록, 그 외 공간에서는 그저 잘 쉴 수 있도록 한다. 즉 작업실은 나에게 out 창작의 공간, 나머지 공간은 나에게 in 채움의 공간이다.

나는 이 공간들에서 나 자신을 ‘중립’의 마음으로 두고자 노력한다. 너무 크게 채우지도 너무 비우지도 않게 하려 의식하고 있다. 새로운 삶이 다가오고 있음을 직가하고 있기에 그 삶을 위한 새로운 에너지를 채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일명 ‘멍’ 때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너무 긴장하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이완하면서도, 찰나에 찾아오는 영감은 놓치지 않으려 깨어 있다. 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이게 말이 쉽지, 실제 쉽지 않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집안 곳곳 나를 잠시 멈추게 하는 것들을 배치한다. 그 중에 하나가 약간의 ‘생화’이다. 꽃.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오늘 아침 산책길에 만난 꽃몽우리들은 정말이지 이 봄의 기운을 가득 품고 있었더랬다. 꽃. 우리 사람은 마치 꽃 같다. 몽우리 맺고 피어나 져 간다. 작은 꽃병에 꽂아 둔 몇 송이 꽃들이 매일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 살피는 것은 내 기쁨이다. 꽃을 마주하면 단 몇 초라도 그 꽃이 뿜는 향을 코끝에서 명치끝까지 편히 몇 차례 들이마시고 내뱉으려 노력한다. 그것이 나로 하여금 코치로서, 한 존재로서 현존하게 한다. 그저 지금 여기에 돌아오게 한다. 아, 이 얼마나 돈도 들이지 않고, 시간도 많이 내지 않고도 간단히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게 하는 좋은 명상법이란 말인가.

마침 엊그제 이사온 집 근처 꽃집에서 카카오톡 메시지가 왔다. 꽃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것이었다. 매번 꽂아둔 꽃이 시들면 꽃집에 걸어가서 사 오곤 했는데, 직접 가져다 주신다니. 어찌나 좋던지. 안 그래도 이사와서 꽃 배달 서비스가 있다해서 인터넷에 찾아봤더니, 배달할 때마다 그 포장지가 너무나 지구를 아프게 할 것 같아서 그만둔 바 있다. (정말 그 불필요한 포장지들을 원치 않는다. 꽃집 가서도 난 생 꽃에 어떤 비닐도 감싸지 않고 고무줄만 묶고 오는 편이다.) 그런데 집 앞 꽃집에서 꽃병에 넣어 가져다 주신다니. 그것도 단돈 1만원에 말이다.

그 배달일이 마침 오늘이었다. 아침 평화공원 산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집 앞에 너무나도 예쁜 꽃이 도착해 있었다. 아들과 나는 자신도 모르게 ‘우와’ 하고 탄성을 내뱉었다. 아침이 너무나도 화사해진 느낌. 나는 감사메시지를 꽃집 사장님께 보냈다(물론, 함께 온 비닐 가방은 고이 간직했다가 다시 가져다드린다는 내용도 함께). 그리곤 내가 사랑하는 부엌 우드슬랩 테이블 한 중앙에 두었다.

아이가 집 밖으로 놀러 나가고 커피를 내리며 한 동안 ‘멍’하게 꽃을 보았다. 꽃을 멍하니 보고 있으니 내 마음이 절로 들여다봐졌다. 할 일들이 올라왔다. 꼭 하겠다고 스스로 다짐한 일들이 올라왔다. 그런데 곧장 다른 생각이 물고 올라왔다. ‘내일 하자.’, ‘조금만 더 놀고 하자’ 등 회피의 메세지들이었다. 그런 마음들을 가만히 보았다. 그러다 벌떡 일어나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그렇다 내가 사랑하는 꽃이 나를 움직여 이렇게 오늘 내가 할 일을 하게 했다. ‘무엇’이 자기 자신을 즉시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지를, ‘무엇’이 자기 자신을 움직일 수 있는지를 알고 있다는 것은 이렇게 중요한 일이다.

그렇게 나는 꽃 덕분에 다시 작업실 자리에 앉았고, 나는 덕분에 자기대화일지까지 썼다. 다시 마음이 준비되었다. 오늘 할 일을 오늘 하자. 오늘도 나의 꽃은 나의 성찰(reflective)을 도왔다. 이토록 멋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