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타 기록(정리중)>

[사회적 거리두기: 모든 위기 속엔 기회가 감춰져 있다] 기회 3. 하늘을 그저 바라보다

 

 

사회적으로 거리둠의 시절입니다. 오늘 누군가와 대활 나누다가 문득 '공중목욕탕'을 주말마다 가족이 함께 가는 게 큰 즐거움이었는데, 그걸 못한 지 꽤 되었다며 한탄했지요. 아주 소소한 일상들이 멈춘 요즘입니다. 오늘 오전에 참여한 멘토분과의 만남에서는 이런 코로나 사태가 단순히 인간의 시선이 아닌 자연의 시선으로 본다면 또 다를 수 있다는 관점을 주시더군요.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들과의 만남은 잠시 멈춰지며 거리를 두게 되었지만, 그래서 의외로 가능해진 것이 무엇일까? 나는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을까? 하고요. 

 

그렇게 오전을 보내며 소소한 집안일을 하다 이불채를 세탁하려 덥석 잡고서 세탁실로 향했습니다. 그 순간 위 영상의 장면이 제 앞에 펼쳐지더군요. 정말 놀랍기만 합니다. 쉽지 않은 몸의 컨디션으로 요 며칠 그저 무력하고, 약간의 우울감마저 있었던 요즘을 무색하게, 자연은 자기 길을 가고 있었더군요. 세탁실 너머 벚꽃나무가 하루 만에 꽃을 활짝 만개하여 봄바람에 살랑거리고 있었습니다.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더군요. 멀리 가지 않아도 바로 곁에 봄은 와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묵직한 이불을 들고 그 앞에 그저 멍하게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어요. 그것은 말로 형언 못할 평화였죠. 그렇게 이불을 세탁기에 넣고서도 한참을 그 곳에 서서 멍하니 바라보았어요. 집에서 오가면서 세탁실 앞을 지나칠 때마다 보았죠. 숨이 트이는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옳다구나 싶어, 저희집 발코니 앞에 긴 벤치를 옮겨 두었습니다. 그 자리가 하늘 바라보기 명당이거든요. 긴 복도에 긴 벤치, 왜 놓여있나 싶으시겠지만, 그냥 하늘 보는 자리라 명명해두었습니다. 그리고 그 날 저녁 아들 녀석과 따뜻한 보리차를 내어 같이 그 벤치에 앉아 밤하늘을 보았죠. 

 

사람을 볼 수 없는 시절이지만, 그래서 그 사람을 마주하던 시간에 자연으로 눈을 돌릴 수 있는 날이기도 합니다. 그냥 멍하게, 그 어떤 요구도 하지 않고, 그 어떤 애씀도 필요 없이, 그저 멍하게 하늘을 보고, 꽃나무를 바라보는 시간들. 그 어떤 상황 속에서도 그 자리에서 자기 할 도리를 하나씩 해 가는 자연에게 배웁니다. 당신 곁에 있는 자연, 한 번 멍하게 바라보실 수 있는 날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