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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기록(정리중)>

20120408-20120414: 삶이 ‘무한’할거란 인간만의 착각

4월 11일

"딸,  부산에는 눈이 많이 왔네-"


 아빠로부터 사진이 담긴 메시지가 도착했다. 아름답게 떨어진 벚꽃을 바라보며, 아빠 손에 담긴 사진이 전송가능한 스마트폰으로 아빠는 그 벚꽃을 딸과 함께 나누고 싶으셨나보다. 아빠의 봄날은 어떤 색깔일까. 아빠는 어떤 길목에서 봄이 왔음을 느꼈을까. 아빠는 어떤 마음으로 딸과 그 사진을 나누고 싶으셨을까. 


정말 행복했다. 휴일의 마무리로는 정말 완벽한 순간(Moment)였다. 따뜻한 노을햇살과 아빠의 사랑담긴 메시지라니. 아빠의 메시지를 받고 나서 내 몸을 바라보니, 모든 뭉쳐 있던 근육들이 느슨해졌음을 느꼈다.  그것은 아빠의 사랑이었다. 




4월 8일 


 지난 주는 고난주간이어서 매번 온라인으로 함께하던 새벽기도회를 매일 5시에 집을 나서서 예배당에서 드렸다. 기도회가 마친 후,  발걸음을 옮긴 지하철 2호선은 그 어느 때보다 한가했으며, 내 마음이 고요하니, 모든 세상의 아침이 아름답게만 보였다. 매일 지나치던 양화대교에서 마주하는 해돋이마저 매일매일이 찬란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리곤 해를 바라볼 때마다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살아있어서 너무 다행이다.’

 


4월 2일 6:58AM


 가산디지털단지역에 도착해서 회사 앞 건널목을 건너려던 찰나, 건널목 앞에 핀 개나리가 눈에 들어 왔다. 봄을 맞이해서 꺼내 든 트렌치 코트 마저도 어울리지 않게 만들어 버렸었던 잔혹한 이 추운 봄날이 이제는 봄 다워지려는 건가 하며 미소를 지을 무렵, 곧바로 씁쓸함이 또한 밀려왔던 것은 아마 이 샛노란 개나리의 짧은 생을 알기 때문이었다. 아마 저 개나리도 내가 몇 번의 정신 없는 아침 출근길을 보내다가 어느 날 보면 이미 다 져버린 후겠지란 생각에 더 소중하게 바라보고, 현재 바라볼 수 있음에 감사했다.

 

 그리곤 정신 없는 직장에서의 하루를 보내고 피곤한 몸을 이끈 퇴근길, 지하철역 앞에서 허리를 전혀 펴지 못한 체, 지팡이를 꼭꼭 눌러가며 바닥을 보며 걸어가는 할아버지를 마주하게 되었다. 마주한 것도 잠시 나는 내 퇴근길에 다시 집중하려던 순간 내가 참 어리석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할아버지를 보면서 나는 저 허리 굽은 노인의 삶은 오직 저 할아버지의 삶일 뿐이라는 거만한 생각을 했던 것이다. 어디 저 할아버지는 태어날 때부터 노인의 삶이었겠는가.

 

 

 

 참 거만한 내 자신의 착각이 아닐 수 없었다.

 

 

 

 내 자신도 하나의 생명체’, 한 번 탄생이 있으면 죽음이 있는, 지극히 유한한 삶임을 이토록 잊고 살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그 유한함을 망각하면서 따라오는 지극히 거만한 생각들. ‘개나리만 폈다가 질 것이다.’ ‘저 할아버지는 허리가 굽어 있지만, 내 허리는 늘 펴 있을 것이다.’ 란 거만한 생각들.

 

 

 

 인간은 늘 자신이 밤에 눈을 감으면 아침이라는 것이 와서 눈은 뜰 거라 생각한다.

 인간은 자신의 삶이 유한함을 망각하기에 소중한 것을 먼저 하지 않을 수 있다.

 

 

 내 삶이 유한함을 늘 잊지 않는다면,

 내가 어찌 사랑하는 가족에게 사랑한다말하는 것이 쑥쓰러운 일이 되며, 언젠가 할 말이 될 수 있겠는가.

 내가 내 인생에서 도전해 보고 싶었던 일을 죽을 각오로 도전해 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에게 사랑한다열렬히 고백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내가 어찌 피어있는 개나리를 볼 수 있음에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내가 어찌 아침에 눈을 뜰 수 있음과 돌아가서 쉴 집이 있음을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내가.. 어찌 내게 주어진 매 초 매 분의 내 삶의 유한한 시간들을 헛되이 보낼 수 있겠는가..

 

 

 삶이 지극히 유한함을,

 나도 생명체이기에 태어남이 있으면 죽음이 있음을

 늘 알고,

 모든 일에 감사하고,

 내 마음 속 사랑을 만나는 모든 이에게 진심을 다해 전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