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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기록(정리중)>

20121111-20121117: "나도 사람이기에..." (써내는 것-의식일지의 힘)

 

11월 11일

 

 

 얼마 전, 코칭 고객 한 분이 나에게 이렇게 물어 왔다.

 "(한참을 다른 이야기로 상호 인식을 돕다가...) 코치님, 저 정말 궁금한 게 있는데요. 코치님은 늘 평화로운 거 같은데 어떻게 그렇게 되는 거에요? 훈련하면 되는 거에요? 아니면 원래 그런 거에요? 코치님이 고민이 있으면 어떻게 해요?"

 

 그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은 이러했다.

 "저도 맨날 화나고 슬프고, 작은 일에 방황하고, 스치는 이슈에도 여러 감정을 겪어요. 7번째 세션 즈음에 추천 드렸던 '의식일지' 기억나시죠? 저는 매일 그걸 써요."

 

 

 

 코칭을 하다가, 혹은 미소를 머금고, (내 지인들은 모두 알 만한) 내 고유의 표정으로 하루를 보내다 보면, 만나는 분들꼐서 '외유내강', '평화로움' 등의 단어들로 나의 존재(Being)을 인정해 주시곤 한다. 실제로도 그런 성격이 일부 있긴 하지만, 실은 그 이면의 성격도 많은 나임을 시인한다.

 

 

 

 아주 오래 전부터 나는 일기를 꾸준히 써 왔다. 타인의 험담을 하는 것이 불편해진 나이 때부터, 내 고민을 누군가에게 털어 놓는 것이 어려워진 나이 때부터 글로 내 마음을 털어 놓고 나면, 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짐을 잘 알았던 터였다. 그것이 2010년 만난 '아티스트 웨이' 속 '모닝 페이지'라는 Tool로 업그레이드 되며, 2011년 만난 '순수의식'이란 책 속 '의식일지'란 Tool로써도 업그레이드 되며 내 인생에 안착된 지 어느 덧 2년 째이다. 그 시간들의 흔적으로 책꽂이 한 켠에 몰스킨 노트가 칼라별로 꽂혀 있다.

 

 

 누군가에게 내 삶의 비밀병기를 하나만 털어 놓으라 하면 나는 늘 '의식일지'를 이야기 하곤 한다. 흔히 '의식일지'라 하면 <작성하는 것. 쓰는 것>이란 행위동사와 연결될 수 있겠지만, 나에게 '의식일지'라 하면 철저히 <써내는 것>임을 고백한다. 일정한 시간을 정하여 내 머리부터 발 끝까지 차 있는 생각 덩어리들을 모조리 꺼내어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쓸 말이 없더라도 아주 작은 의식이 묻어난 생각들까지 적어내는 것이기에 '써내는' 것이라 표현하고 싶다.

 최근에 한참 상념이 많았는데 내 가슴이 왜 이리 답답하고 체한 것 같을까 하여 잠도 많이 자 보고, 사람들을 만나 수다도 떨어 보았는데도 개운치 않아, 내가 좋아하는 카페에 펜과 노트만 들고 가서 3 페이지를 다 채울 때까지 머리에 든 모든 말들을 써 내었다. 그리고 덮고 잠시 낮잠을 잤다가 일어나 한 자 한 자 읽어 내려갔다. 읽어 내려 가면서 나도 모르게 오른 손을 왼쪽 가슴에 올려 쓸어 내리고 있었다. '그랬구나. 니가 그렇게 힘들었구나.'라고 토닥여 주며.

 

 '나도 내가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할 때, 가장 진실된 친구가 되어 주는 아이가 바로 이 '의식일지'. 힘든 날 내 머릿 속 이야기를 다 적어 내 버리고, 잠시 덮어 두고 다른 일 하다가, 다시 읽어 보면, 나란 사람이 사실 그 문제에 대한 가장 뛰어난 해결방법을 알고 있으며, 스스로가 원하는 바가 무엇임을 극명히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언제나 점쟁이보다 상담사보다 코치보다 실은 내 자신이 내가 하고자 하는 바를 잘 알고 있는 법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한다.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자기 답게 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나도 '어리석은' 사람이다 보니,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나 다움'이란 키워드를 잊고 속도와 타인의 시선에 맞추어 달리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그럴 때에는 따듯한 차 한 잔과 노트와 펜을 쥐고 내 마음을 모조리 종이 위에 써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래야, 그 마음을 써내는 작업을 하고 나서야 다시 내가 가고자 하는 그 길 위에서, 내가 가장 나 답게 피어나는 모습으로 이 한 번 밖에 주어지지 않은 인생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사람이기에...

 

 

 

 

 또 한 주가 시작되려 한다.

 이 한 주가 또 소중한 내 삶에 다시 오지 않을- 살아 숨쉬는 한 주임을 잘 알기에-

 

 가장 좋아하는 노트를 한 권을 사고, 손에 쥐고 글 쓰는 느낌이 좋은 펜 한 자루를 챙기어,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공간에서

 참 바쁘던 그 일상들의 속도를 잠시 멈추어

 당신 자신과 묵묵히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가득한 한 주이길.

 

 

 당신이 써내고 있는 그 순간,

 어딘가에서 나 역시도 써내며, 그 순간에 함께 머무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