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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기록(정리중)>

깊은 외로움

깊은 외로움

 

깊은 외로움은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기인(起因)합니다. 우리는 무엇을 바라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그 바라는 것은 가장 가까운 사람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가장 가까운 사람을 통해 그 열망을 채우려 합니다. 내 마음을 말한 적도 없으면서, 너만은 내 마음을 그냥 알아줬으면 좋겠고, 딱히 상대의 인정을 기대하지 않고 한 행동도 시간이 지나 작은 인정 한 마디라도 들었으면 하는 게 우리의 마음입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 역시 타인(他人)입니다. 자신(自身)은 아니지요. 우리가 어찌해 볼 수 있는 것은 필연 우리 자신뿐일 것입니다. 길에서 만난 타인은 타인이라 여기고, 무엇을 기대치 않지만, 가장 가까운 사람은 타인임에도 불구하고, 가깝다라 인지하는 만큼 자신의 일부처럼 느낍니다. 그래서 말하지 않아도 알아줬으면 하고, 스스로 채우고 싶은 열망을 그 사람이 채워줬으면 하고 기대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것은 쉽지 않습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도 내 영혼과 육체의 굴레 밖, 타인입니다. 그 사람이 내 마음을 당연히 알아줄 수 없고, 그 사람에게 내 열망을 채워줘야 한다는 의무 역시 없습니다. 그것을 인지하면, 타인이 하는 모든 행동은 그저 그 사람의 말, 행동일 뿐이라 쉽게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러다 가끔 내 안의 열망을 채워주기라도 하면, ‘아이고, 감사!’하고 여길 수 있습니다. 이렇게만 된다면 세상사 얼마나 편안할까요. 마음 또한 얼마나 덜 어지러울까요.

 

 

내 마음은 내가 알아주고, 내 열망은 나만이 채울 수 있습니다. 나 자신이 채웠으면 하는 열망의 공급원을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구걸하는 순간, 우리는 깊이 외롭습니다. 연결되어 있던 모든 가까운 사람들이 멀리 느껴집니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그 사람 역시 내 편이 아니라 이었구나, 나를 알아줄 수 없구나라 느낄 때 극한 외로움을 느낍니다. 타인이 내 마음을 알아주고, 내 열망을 채워주는 것 자체가 기적인데도 말이지요. 우리는 계속 타인에게 갈구합니다. 지금 네가 내 마음을 알아주길, 내가 원하는 그것을 채워주길. 그 마음을 바라봅니다. 그 사람에게 그것을 반드시 해야하는 의무는 없습니다. 그 의무는 오롯이 나 자신에게만 있습니다. 그 사람에게는 그 사람의 삶이 있습니다. 존재의 결이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합니다.

 

 

세상 수많은 타인이 있는데, 그 중 네가 살아 숨 쉬며 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다. 나의 삶과 마음에 사고만 안 내도 기적이다. 그런데 때때로 네가 내 눈을 마주하며 내 삶을 궁금해 주는 것은 큰 기쁨이다. 그러다가 내가 원하는 것을 네가 알아채주고 그것을 함께 해 주는 것은 참으로 더할 나위 없는 큰 기쁨이다. 그래, 다시 돌아와 네가 네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고맙다.’ 그렇게 마음먹는 순간 그토록 깊이 외로웠던 내 마음에 잔잔한 숨이 들어오고 나갑니다. 내 마음을 알아줄 의무도 없는 당신이 알아주려 서툰 노력을 해 주는 것만으로도 기적이었네요. 참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