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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기록(정리중)>

왕의 몰락

왕의 몰락

 

저의 일상을 살아가면서 바라게 되는 것들은 소소합니다. 아이가 곧 경험할 공교육의 장, 초등학교와 그 교육방식을 신뢰하고 싶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생선이 방사선 오염이 되었을 수입산일까 걱정하지 않고 시장 노점상 할머니께 현금 넉넉히 사 먹고 싶습니다. 아이가 본격적으로 인터넷을 경험하게 되는 언젠가 쉽게 욕설 및 성적 컨텐츠에 노출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둘째 아이를 출산해도 될까란 생계적 고민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겨우 대출금 갚으며 전셋집 금액에 맞추어 돈을 모으자마자 전세금이 또 오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을 못 참고 매매를 무리해서 진행하고, 그 부채를 갚느라 내 집은 있는데 일상은 없는 삶을 살지 않았으면 합니다. 제가 돈을 맡긴 은행의 투명성을 신뢰하고 싶습니다. 제가 타고 다니는 KTX 선로와 그 외 제반 시설이 안전하길 바랍니다. 아침에 일어나 뉴스에서 미세먼저 오염정도를 확인하지 않고도 자연스레 창문을 열고 환기할 수 있길 바랍니다. 정수기를 굳이 쓰지 않아도 수돗물을 그저 마실 수 있었던 맑은 식수를 원합니다. 저금을 한 푼 한 푼 모았을 때, 이것이 언젠가 우리에게 희망으로 다가오리라고, 그래도 우리네 삶에 약간의 희망은 있을거라고 부모로서 아이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아직 오지 않은 날들에 희망이 있길 바랍니다.

 

그 희망적인 일상은 철저히 정치를 통해 옵니다. 어느 덧 코미디가 되어 버린 정치 뉴스들은 누가 강력한 프레임을 거느냐에 따라 언론들은 뒤따르고, 정확히 사실이 담긴 정보를 받기 어려운 대중은 마구 쏟아 나오는 뉴스 한 꼭지 한 꼭지에 쉽게 선동되어 진실을 알기 어렵습니다. 지금 이 시각 구치소에는 우리나라 17, 18대 대통령이 있습니다. 그들이 나는 진실하다고 했을 때, 국민으로서 믿고 싶었고, 나는 검찰의 대응에 최대한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을 때, 부정적인 실정을 떠나 자신의 말을 행동으로 지킬 수 있는 우리나라의 리더였기를 바랬던 제 마음은 헛되었습니다.

 

이제는 농담처럼 이야기합니다. 우리의 일상은 우리가 지키겠다고, 그런데 부디 그 자리에 올라가신 정치인분들께서는 그 임기가 마칠 때 부디 별 탈 없이 내려오시는 것만이라도 보고 싶다고 말입니다. 대통령으로 내가 선호하는 사람이 되냐 안 되냐는 것은 차선의 문제입니다. 누가 되더라도 그것은 대한민국 아래에서 국민을 위한 정부를 운영해야 합니다. 왕의 자리에 있을 때는 모든 사람들이 우러러봅니다. 하지만 진정한 왕은 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난 후부터 평가 받습니다. 먼지 한 톨 안 나오는 사람을 보기 힘들겠지만, 그 먼지는 왕이기 이전에 그저 한 국민으로서 평등한 법 앞에 섰을 때 문제가 되서는 안 됩니다.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연이어 두 전직 대통령의 구치소 수감을 지켜보는 심정은 적폐청산이라는 대의이기 이전에 그래도 우리나라를 통치했던 한 리더의 몰락을 지켜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씁쓸함을 이루 감출 수 없습니다.

 

그들에게 큰 걸 바라지 않았습니다. 진짜 조금이라도 이러한 평범한 서민들이 앞으로의 삶을 생각할 때 부디 아주 작은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는 정상적인 나라이길 바랬습니다. 호의호식(好衣好食)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저 마실 수 있는 공기와 물이 깨끗하고, 돈을 정직하게 벌어 쓸 때 쓰고, 그것이 건강하게 흘러 실제 노동한 사람들의 삶으로 스며들어 일한만큼 보람을 느끼는 평범한 일상을 살고 싶었을 뿐입니다.

 

(이미지 출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