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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기록(정리중)>

잘 지내시나요?





 아침에 눈을 뜨니 코와 눈에서 쓴 공기가 흘러나옴이 느껴졌다. 침대에서 자서 그런가 생각하고 바로 Skype에 접속한다. 새벽 5시. Sharon과 코칭하는 시간이다. 어느 덧 3개월 째 하고 있는 맑은 아침을 깨우는 일. 하지만, 어쩐 일로 그녀는 10분이 지나도 온라인되지 않고, 내 몸 상태 또한 악화되어 간다. 이제는 이런 우주의 메세지 마저도 동시에 수신되어 버리나 보다. 짧은 메세지를 남기고 나는 이불을 끌고 따뜻한 맨바닥으로 내려와 다시 잠을 청한다. 여전히 코에서는 쓴 공기가 나오고 목은 침이 삼켜지지 않은 체.


<잘 지내시나요.>


 자면서 문득 이 문구가 귓가에 맴돌고 입가에 맴돔을 느꼈다. 나는 누군가에게 묻고 누군가에게서 이 물음을 받고 싶어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부산은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아침으로 시작했다. 회색빛 하늘 속에 사람들이 길가를 거닐고 있는 것들이 떠올랐다. 모두들 속으로 안부를 물으며 입술에 걸어 둔 체 묻지 못 하고, 얼마나 외롭게 살면서 살고 있는 지 가슴 한 켠에 바람이 부는 것 같았다. 

 살아가면서 얼마나 사무적으로 사람들을 대하며 살고 있는지 사랑하는 이들은 나중에 정말 나중에 내가 어떠한 상태가 되면 더 잘해 줄거라면서 현재는 멀리 하고 있었는지 마음에 와 닿아 반성이 된다.

 
 2주 동안 부산에서 얻은 메세지는 '잘 지내는 것'. 그냥 잘 지내는 것이 아니라 정말 내게 소중한 이들과 정말 잘 지내는 것을 의미한다. 아버지, 어머니, 내 연인을 머리가 아닌 가슴과 손 끝, 발걸음으로 다가가서 그들에게 잘 지내냐고 수시로 묻고 정말 잘 지내는 내가 되려 한다. 

 목은 여전히 쓰고 코에서는 싸한 공기가 흘러 나온다. 하지만 오늘이 부산의 마지막 날이기에 나는 가슴이 짠해져와 잠이 들 수 없다. 글이라도 쓰고 책이라도 읽고 편지라도 써야 하는 밤이다. 

 내 인연이었던 사람들이여, 정말 잘 지내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