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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기록(정리중)>

[프롤로그] 오후 11:25, 나는 탄산수 한 캔과 함께 ‘코치란 무얼 하는 사람인가’에 대해 매일 글쓸 것을 스스로 다짐했다.

밤 10시 30분. 나는 막 <3Cs I Basic-전문코치양성교육> 2번째 온라인 클래스를 마쳤다. 1시간 반 동안 연결되어 있던 화상 그룹콜 속 빨간 버튼을 누르며 Skype를 껐다. 끄고 일어나 가족들이 잘 자고 있는지 집을 둘러보고, 클래스 전 돌려두었던 세탁기 속 빨래들을 꺼내 널었다. 필요없는 조명들을 끄고선 냉장고 문을 열어 탄산수 한 캔을 들고 불이 켜진 거실 쇼파에 앉았다. 왼손 가득 느껴지는 차가운 기운을 느끼며,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고 내뱉고선 오른쪽 엄지손가락으로 딱- 캔을 땄다. 그리고 한 모금 마셨다. ‘지난 20시간 교육, 수고했다. 성향아.’ 시원한 탄산수가 목구멍을 타고 내려온다. 온 몸 구석구석 미세하게 긴장되어 있던 근육들이 이완된다.

그리고 내 안의 저 깊은 곳에서 최근 몇 개월 간 내 안에 맴돌고 있는 질문이 올라온다. 역시 내면에서 날 쫓는 질문이란 틈만 나면 기회를 노리고 나에게 찾아온다.
‘그래, 그래서 난 무얼 하는 사람인가?

그 질문이 올라오자 마자 또 다음 말이 올라온다 .
(뻔한 걸 왜 물어보냐는듯 귀찮은 내면의 목소리로)‘코치잖아. 너.’

그 말이 올라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다음 말이 올라온다.
‘그래, 그게 내 고민의 핵심이란 말이지. 누군가가 나에게 직업이 뭐냐고 물어오면 자동적으로 나도 모르게 <라이프 코치>요. <코치>요. 하고 이렇게 곧잘 답하는데, 그게 내 고민의 출발점이야. 내 직업인 ‘코치’. 이 코치들은 무얼 하는 사람이냔 말이지.’

그랬더니 기다렸다는 듯 또 다음 말이 올라온다.
‘그걸 왜 정의내리려 하는데?’

그러자 또 다음 말이 올라온다. 이번엔 의외로 더디게 말이다. 고민이 묻어있다는 듯.
‘음..... 그 질문에 생각해보니까. 나는 내 일이 너무 좋거든.’
‘근데?’
나는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일을 잘 하고 싶나봐. 잘. 그렇게 잘하기 위해선 무얼 하는 사람인지 내 안에 정의내려져야 그걸 어떻게 잘할 수 있을까로 이어질 것 같은가봐.’

그렇다. 나는 내 일이 좋다. 내가 하는 ‘코칭’을 좋아한다는 것은 최근 만난 사람들에게 나도 모르게 자주 말하게 된 말이다. 그리고 이 ‘저는 코칭이 좋아요’란 문장을 내가 마음 담아 말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최근 자주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 ‘좋아요(fact)’라는 문장 아래에 ‘좋아하는 만큼 잘 하고 싶어요.’란 내 욕구(needs)가 있다.

그래서 오늘 이 늦은 밤, 나는 탄산수 한 캔과 함께 나에게 묻고 있는 것이다. ‘나는 무얼 하는 사람인가?’

나는 내가 무엇인가에 ‘의미있게’ 탐닉하는 방법으로 나 자신을 그저 할 수 밖에 없는 어떤 ‘장치’를 즐겨 설치해두는 편이다. 나는 그렇게 나를 움직이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이번 ‘나는 무얼 하는 사람인가?’ 즉, ‘라이프 코치인 나는 무얼 하는 사람인가?’에 대해 탐닉하기 위해 (그것도 정기적으로) 나는 숭례문학당의 ‘매일 블로그 글쓰기 22기’를 신청했다. 그렇다. 나는 매일 써야 하는 환경에 나를 넣어두었다. 그렇게 나는 매일 나에게 물을 것이다. ‘그래, 성향아. 너는 스스로를 라이프 코치라 말하잖아. 그래서 너는 무얼 하는 사람이야?’ 라고. 그리고 매일 내게 그 질문을 할 때마다 나는 쫄지 않고(그 방대하고도 무겁게 느껴지는 그 질문에 압사당하지 않고) 깃털처럼 가볍게 내 손끝에 적히는 답들과 ‘글’로 만나려 한다. 그 ‘깃털처럼 가볍게’라는 말에는 각잡고 날 잡아 크게 정리해보지 않았을 뿐, 전인적인 나의 몸과 마음, 존재에 지난 만 10년간의 코치로서의 경험에 배어있음에 대한 깊은 신뢰가 바탕한다.

그런 나에게 나는 당부한다. (적어두지 않으면 분명 넌 잘 쓰려고 머리로 노력하다가 손끝, 아니 책상의자에 앉으려도 하지 않을 것이므로, 이렇게 정신이 건강할 때 적어둔다.)

- 위대한 것을 하려 하지 마라. 대단한 글을 쓰려고 하지 마라. (사실 진짜 대단한 글은 매일 쓰는 행위를 해냈다는 것 자체일테니까)
- 나오는 대로 가볍게 매일 써라. 네 손 끝을 믿어라. (네 몸과 마음, 영혼에는 너의 10년의 경험이 있다. 그 날 그 날 나올 무언가가 이미 있는 너 임을 잊지 마라)
- 누군가에게 이 글로 도움되려 하지 마라(사실 나는 이 글로 나처럼 라이프코치가 되고자 하는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 겉은 아름다운 그 마음은 오히려 나에게 글을 더 잘 써야 한다는 족쇄가 되어 한 자도 못 쓰게 했다. 더불어 나는 최근 통찰력게임 참여 중 이렇게 말했다. <나는 모른다>는 정신의 중요성에 대해 말이다. 내가 코칭에 대해, 코치라는 직업에 대해 안다라는 착각이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는 나를 막음에 대해 말이다. 나는 지난 10년 간 해왔지만, 다시 한 번 더 모른다의 마음으로 갈 필요가 있다.) 너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될테니까. 쓰면 쓸수록 너에게 가장 좋을 것이다.

성향아, 일단 오늘 원고 하나 해냈다.
수고했다. 영화나 한 편 자자.
내일 글은 내일 또 생각하자. 잘했다. 내일 보자.